오이비누3 매일의 글쓰기

전에 쓰다 만 오이비누의 3편입니당
오랜만에 써서 어리버리하지만ㅋㅋ

전편은 이곳으로
오이비누
오이비누2

-오이비누3-

'굿모닝 출근 잘하셨나요!
개 귀엽네요 크크'

아..강아지라고 쓸걸 그랬나보다
하지만 카톡은 이미 보낸걸 지울수없다
한번뱉은 말은 주워담을수없다는 카톡측의 철학인가..

그러나 무려 삼일째 답신이 없다
조그맣게 떠있는 1.

31세 카톡 고수인 친구 이 모씨(독신,자영업)로부터 전수받은
카톡을 알림만 슬쩍 읽고 씹는 사람에게서 답장을 받기위한 팁!

1.할말을 한번에 쓰지 말고 어중간한 길이로 나눠서 보낼것

예를 들면
'안녕하세요 저기 혹시 있잖아요
말씀드릴게 있어서 그러는데요
괜찮죠?'
라고 쓰면

'안녕하세요 저기 혹..'
'말씀드릴게 있어서 그러..'
'괜찮죠?'

만 뜨므로

뭐가 괜찮냐고 묻는건지 궁금해서라도 카톡을 열어보지 않겠는가!

그는 계속오는 알림과 다 보이지 않는 카톡내용때문에 궁금해서라도 카톡을 확인할것이다

2. 사진을 보내라
알림엔 (사진)만 뜨므로
그는 사진이 궁금해서 카톡을 열어보게 될 것이고, 답장을 할 수밖에 없을것이다

그래서 난
지금
읽지않은 삼일전 카톡 위로
사진을 보낸다


'굿모닝 우리집 고양이예요 귀엽죠?ㅋㅋ'


...
이 방법엔 치명적 부작용이 있는데
답장이 없을경우 내가 왜 이걸 보냈지 하고 카톡창에서 사진을 파내버리고 싶게 된다

지금 상황이 바로 그 상황이다
답장이없다
더 민망한 상황이 되고말았다

뭔 사진인지 궁금하지도 않냐!
졌다 진짜..

이 남자
정말 나쁘다

답장하면 손꾸락이 뿌러지냐?!어?!

이거 나 전대미문의 선수한테
제대로걸린거 아닐까..
눈웃음 살살치는게 확실히 보통은 아닐세..


삼일동안 카톡확인을 못하는 상황이란 뭘까설마 욕실에서 뇌진탕으로 기절이라도 한건가
사채써서 무서운 행님들한테 고문당하고 있나..
혹시 게임중독이라 가족들조차 연락이 안되는 폐인인걸까?

나같은 애야 뭐
카톡씹혀서 기분나쁘든 말든 별로 당신인생에서 중요한 사람 아니란건가
야잌 나도 뭐.. 나 좋단사람 많그든?


빡친다는 말은 누가만들었는지 정말 잘 만든 말인것 같다
지금 내 기분을 100%형용하는구나 너란단어 하아..



풍덩



괜히 죄없는 오이비누를 변기에 던져버린다


...


이놈의 성질머리를 죽여야지..
3초도안되서 비누를 건져내는 내가 비참하다




프로필사진속에 조그맣게 웃고있는 개 사진이 야속하다
개야 니 주인 뭐한대니?


까톡!





"오이비누는 이제 안쓰시나봐요?"

"오이비누요?"

"학교에서 야작하고 화장실비누로 머리감았죠? 동일씨 맨날 오이비누 냄새랑 같이 지각했잖아요!
뭐 살구비누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살구향 나는 남자는 너무 게이같지않나요?"

"개 이름 뭐예요?"

"준이요..누가 줬거든요"

그래서 준..그래 당신이 성씨니..성준

작명센스 보소..
사람이 늙으면 고루한 센스오브유머와 개드립 그리고 귀차니즘만 느는것 같다
좀 이쁜걸로 지어주지..

이 남자 딸 낳으면 지가 낳았다고
나은이로 이름 지을 남자일세..




그렇구나..

이 사람은 그냥 자기 말고는 주위에 전혀 관심이 없는사람일 뿐인거다

그래..게임폐인이나 신용불량자는 아니었던거군요! 그 사실만으로도 기쁘다..

날 싫어하는게 아니라 그냥 주위에 관심이 없는것 뿐인것 같아 흑흑

우리사이에 잠시 실낱같은 희망이 비추는 듯?
했으나...
이렇게 아다리 안맞는 상대와는
절름발이 관계가 될게 뻔하다


대개 나이가 들수록 남녀관계에선 많은 과정들이 생략된다
만난지 한달만에 결혼하는 케이스라던가..
서로 재고 따지고 밀고 당기는 과정이 생략되고
나 너 좋은데? 너도 나 좋잖아 내숭떨지마 짜식아 라는 확신만 들면
그 이후진행은 촥촥촥 속성으로 가는것이다

그러나 이 오이비누에게 그런 속성요법은 통하지 않는듯 하다
아니 통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이건 뭐..
여자보기 돌 같기가 주지스님급인듯..


"뭐 좋아하세요?"


난 이사람을 좋아하지않는다
않을 예정이다
좋아하면 안된다

당신을 좋아하게 되는순간
난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한마리 나방이 되는거야
혼자 매달리고 울고불고 당신의 문을 두드리다 피떡이되어 바닥에 널부러지겠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
그러므로.

나는 지금 이 사람에게 잘보일 이유가 없다
내숭떨면서 파스타나 돌돌 말고있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그래.시봑
정말 내가 먹고싶은게 뭔지 보여주마.

"육회요"


너무 솔직했나..

난 전생에 육식동물이었음이 분명하다
조리하지 않은 날 것,특히 피맛나는 음식이 좋은걸보면..
내 식생활은 불을 사용하기 이전의 유인원에 가까운 것 같다
심지어 냉동만두도 뎁히지않고 그냥 먹을 정도니
물론 기생충약은 정기적으로 복용하고있다


육회는 호불호가 엄청 갈리는 음식이기 때문에
그리 쉽게 먹을수있는 메뉴는 아니다
글쎄
이 메뉴를 과감히 고른건
나의 취향에 충실하자 이외에도
그와 내가 얼마나 잘 맞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먼저 내놓은 카드랄까




"아..육회도 드시는군요...오..의외네요 저도 완전 육식이예요"



어쨌든 운좋게 우리는 서로 육식동물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하이파이브를 외치며
시뻘건 조명아래서
시뻘건 육회를 흡입했다

이성은 사라진 채 본능만 남아 고기를 탐하는 한마리 늑대가 된 기분이었다



"방사능 세슘지수같은거
전 방사능 터지던 날 도쿄에 있었어요
그 석달후에도 세 시간동안 방사능비를 맞았구요
그 이후로도 일본을 세번은 다녀온거같은데요"

"요새 머리가 많이 빠지는데, 그래서 검은콩우유를 매일 복용하고있어요.."

"탈모엔 댕기머리 샴푸가 그렇게 직빵이래요!"


같은 시시콜콜한 대화와 육즙 충만한 저녁만찬을 나누고
우리는 가로등 불빛과 함께 각자의 동굴로 기어들어갔다



좋은하루였어..
하지만 이 이상 나아가지 말자
이 나이에 짝사랑따위 집어치우고
날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연애를 하면 되는거야


오늘은 나도 당신처럼
아무감정없이
그냥 단백질을 보충하러 나갔던 것 뿐이야


그런거야



그냥 밥먹으러 가는 주제에
아이라인은 왜 이렇게 힘준거야
지우는데 애 좀 먹겠구만..



화장실 문을 열었더니
조용히 앉아 날 반기는 옥색 친구.




오이비누.



...오늘 아침 변기속을 한번 경유한 너를 써야할까 말아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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